- 히포크라테스는 어디로 갔는가 - K의료 세계로 진출
우리세대는 병원을 참 싫어한다. 어린시절부터 눈 앞으로 약물을 떨어뜨리며 슬금슬금 다가오는 주사바늘이 싫었고, 간호사 앞에서 빠알간 엉덩이를 까는게 싫었고, 돈 많이 들어가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좀 아픈 것은 꾹꾹 참고 견디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작은병이 큰병으로 악화되고, 이빨 들쑤시는것을 참다가 죽도록 아프고 난 후에야 이빨을 빼기도 하였다. 참 미련한 짓이었지만, 우리 세대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최근 보훈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했다. 수술의 시작과 과정과 결과까지 너무 만족스러웠다. 의사선생님은 실력뿐만 아니라 자상했고, 간호사선생님들도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 입원하는 동안 불편한 점 하나 없는 것이 오히려 고맙고 어색스럽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세계 제1이라는 평가가 있다. 외국인들 중 단 한번이라도 한국의 의술을 접해본 분들은 모두 극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해외동포들은 한국에서의 치료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치료를 받고도 비행기값이 남는다고 하였다.
의료보험비도 가장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농어민들에겐 자그나마 보험료 감면 혜택도 있고, 부자들에겐 조금 더 부과하는 정도. 치료에 부담이 되지않는 의료보험비와 정성이 있는 치료는 참 행복하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치료 후에는 감사하는 마음 가득하여 의사선생님이나 간호사선생님들 얼굴을 기억하고 잊지 않으리라는 다짐도 한다. 그만큼 우리는 좋은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2월 20일을 즈음하여, 의대생들과 의사선생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고 하였다.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받지 않으며 환자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기가막히는 소식이다.
의대생을 증원한다는 것이 시위의 발단인데, 그 이유를 파고들수록 애잔한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의대생을 늘리면 자기네 밥그릇이 작아진다는 것. 결국 돈이 걸린 문제였다.
어리석다기보다는 우매하기 짝이 없는 생각들이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사명의식보다 돈버는 의사가 좋다는 물질만능에 젖은 저질들이었다.
의사가 많아진다 해서 자기들 밥그릇 몫이 작아진다는 좁은 생각이 참으로 불쌍하게 느껴진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의료실력은 세계 제1이다. 세계 제1의 실력을 지니고도 밥그릇 걱정하는, 참 부족한 바보들이라는 생각을 아니 할 수가 없다.
흔히 기피하는 의료분야가 있다. 피를 만지고 뼈를 자르는 등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곳이다. 그곳은 의사가 부족하다. 응급실 근무는 분초를 다투는 전쟁터다. 그러니 지원하는 의사가 드물다. 그러나 이곳을 방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의대생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세계엔 우리나라처럼 의료체계가 완비되지 않는 나라가 많다. 얼마전 캄보디아에 진출한 병원을 본 적이 있다. 바로 한국식 의료를 하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신분과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치료를 하고 있었다. 더 많은 병원이 진출할 가능성이 큰 나라였다.
좁은 대한민국 내에서 한정된 밥그릇 수나 계산한다는 것은 바보들이나 할 짓이다. 세계엔 최소 150여개국에 한국식 병원이 진출할 수 있다. 세계는 넓고 의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의료수출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더 많은 의사를 양성하여 의료한국을 완성했으면 한다. 지원을 망설여서는 안된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사들에게 밥그릇 따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아폴론을 모시되, 의학을 신의 영역에서 학문의 영역으로 분리 발전시킨 진정한 의학의 아버지이다.
그러므로 의학을 공부하고 있거나, 의료에 종사하는 분들은 지금처럼 길거리에서 히포크라테스를 찾지 말라. 해외진출이라는 발상을 갖고 미래를 보라. 거기에 그대들이 원하는 답이 있다■
2024. 2. 19.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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